안녕하세요. 사업하는 철학자입니다.
최근 한강 작가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로 독서토론을 했는데요.
난해한 책이라서 스토리, 구성, 소재 등에 대해서 이야기할 거리는 많았지만
쉽게 토론을 할 수는 없었습니다.
생각과 표현을 능숙하게 다루기 위해서 토론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이번 독서 토론 발제는 간략한 소개 수준이었기에 깊이 있게 다루지 못했지만,
앞으로는 다양한 방법을 사용해서 성장해보려 합니다.
발제문 공유할게요! 많은 지적 부탁드려요.
한강, 작별하지 않는다.
11월 말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는 2021년에 출간된 작품으로, 제주 4·3 사건을 배경으로 개인의 상처와 기억, 그리고 역사적 비극을 탐구하는 소설입니다. 이 작품은 한국 현대사의 비극적인 순간과 그로 인해 발생한 인간적 고통을 세밀하게 그려내며, 과거와 현재를 잇는 서사 구조를 통해 독자들에게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등장인물들은 죽음과 맞닿은 순간을 여러 차례 경험하며, 삶의 의미와 인간성이 지닌 강인함을 표출합니다. 제목에서 드러나듯, "작별하지 않는다"는 죽음 이후에도 이어지는 기억과 사랑의 힘을 상징합니다.
작가의 저술 의도는 지극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며, 주인공 경하와 그의 친구 인선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먼저, 줄거리를 살펴보겠습니다.
경하는 작가로서 과거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작품을 집필한 후, 그로 인한 악몽에 현재 삶까지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친구 인선은 제주로 귀향해 어머니를 돌보며, 제주 4·3 사건 피해자들에 대한 자료를 모으고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려는 계획을 세웁니다.
어느 날, 인선은 목재 작업 중 부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경하는 인선의 부탁으로 제주에 있는 그의 집을 방문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경하는 제주 4·3 사건의 피해자였던 인선의 부모와 가족의 이야기를 알게 되고, 이 역사적 비극과 개인의 고통이 현재에도 깊이 스며 있음을 느낍니다. 소설은 이들의 경험을 통해 상실과 치유, 그리고 삶과 죽음의 경계에 대해 성찰합니다.
이 작품은 역사적 비극을 개인의 이야기로 풀어낸 점이 돋보이며, 작가 특유의 섬세하고 시적인 문체와 강렬한 감정 묘사로 사회적 책임과 인간의 존엄성을 깊이 탐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여러 후기를 살펴보면, <채식주의자>의 심미성과 <소년이 온다>의 역사성이 함께 한 삼부작의 완결이라는 평이 있는 한편, 중얼거림 또는 서사의 결핍을 폭설과 낙조와 검은 나무 같은 굵직한 이미지들로 메우려 한다는 느낌을 준다는 평도 있습니다.
그 이유는 섬세한 감정 표현과 세밀한 묘사가 가져온 산문 형식의 소설이었기 때문이라고 여겨집니다.
또한, 과도하게 잔인한 부분에 대해 작품의 깊이와 진정성을 이렇게까지 표현했었어야 할까라고 여기며, 개인적으로는 읽기 매우 불편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러나 그 또한 역사적 아픔을 사무치게 드러내고자 한 문학적 요소라고 이해해봅니다.
이어서, 몇 가지 문제를 제시하며 이 소설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여전히 짙게 남아있는 절망과 같은 그리움, 아픔을 느끼고 살아가는 현재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이 소설의 각 제목이 지닌 의미를 살펴보아야겠습니다.
문제 1. 제목이 지닌 의미?
작가 고유의 문체가 그러하듯, 밤, 새, 불꽃, 바다 등은 매우 직관적인 한편, 매우 산문적이고 시적입니다.
- 1부 새는, 직관적으로는 친구의 새를 구하러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작가는 이 새라는 대상을 통해, 4.3 피해자들을 은유하며, 무언가를 말하고자 하는 듯 한데요.
그 과정에서 인선의 치료 과정에 대해 지나치다고 할 만큼 잔인성을 드러내고 있으며, 인선의 집에 가기 힘든 과정을 설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토론에서 112쪽. 새에 대한 정의와 새가 가진 부화의 이미지, 새가 육지와 바다를 이어준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 2부 밤은, 주인공이 열병에 시달렸다가, 죽었던 새가 움직이고, 서울 병원에 있는 친구가 마치 곁에 있는 듯이 자신과 그 엄마의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여기서 밤이라는 의미는 당시 시대적 상황에 대한 은유라고도 여겨집니다. - 3부 불꽃은, 더욱 난해했습니다. 불꽃이 인선의 행동에 따라 사그라지기도, 일어나기도, 다시 꺼졌다.
아마도 불꽃이 가진 일렁임과 생명력을 통해 생명과 기억에 대한 이미지를 그려본 것은 아니었을까 추측했습니다.
문제 2. 이탤릭체
한강은 <바람이 분다, 가라>,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를 비롯해, 여러 저서에서 이탤릭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이미 의문을 가진 경우가 많았습니다.
우선, 이탈리에서 유래된 이탤릭체에 대해서 살펴보면,
이탤릭체는 영어 원서에서는 부호로서 작용하여, 이 자체로 의미를 갖고 있다. 따라서 사용 목적이 분명하고, 규칙도 존재한다. 이탤릭체를 쓰는 경우는 다음과 같습니다.
l 책, 연극 등의 제목
l 특정 명칭과 특정 영역의 용어
l 외국어,
l 인용구,
l 과거, 현재, 미래 시제 구분,
l 강조,
l 인물의 심리 및 생각 묘사
<작별하지 않는다>에서는 대화체로서, 그리고 강조와 인물의 생각 및 심리 묘사를 위해 썼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324쪽에서 분명하게 드러나듯이, 마지막 두 문단이 모두, 주인공 경하의 생각이지만, 정자체와 이탤릭체로 구분됩니다.
이에 대해 찾아보니, 2016년, 신형철 문학평론가와 나눈 대화에서 한강 작가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글을 쓰다 보면 다른 사람이 잘 쓰지 않았던 걸 나도 모르게 쓰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뭔가 실험적으로 써야겠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이탤릭체를 쓰는 것도 고안을 했다기보다는 쓰다가 쓰다가 감정의 밀도가 차오르면 정자체로는 이를 담을 수 없어서 이탤릭체로 기울여 쓰게 된다”
“비명을 지르는 목소리, 끈질기게 후회하는 목소리, 규정하는 목소리, 사랑하는 목소리, 이런 것들이 계속 뒤엉켜서 싸워야 하기에 제가 생각하는 소설의 이미지에 근접하기 위해서 지금까지 쓰지 않던 형식을 쓰게 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소설을 통해 독자는 무엇을 경험하고 생각해야 할까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첫째, 잔인함입니다.
역사적 소재를 활용해 상처를 위로한다고 평가받는 한 작가는 지극한 사랑을 말하고자 했지만, 읽기만해도 끔찍한 생리적 잔인함을 그 소재로 활용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직접 경험하지 못했지만, 역사적 잔인함을 간접적으로 대체한다고 여길 수 있겠습니다.
둘째, 지속되는 갈등입니다.
작가는 작별하지 못하고, 작별을 고민하는 인물들을 통해 ‘작별하지 않는다’를 말하고 있습니다.
24쪽과 192쪽에서 두 친구가 짧은 기록 영화를 만들려고 했고, 그 제목을 '작별하지 않는다'로 하기로 언급합니다.
4년 전 민주화운동과 관련된 글을 쓰고, 악몽을 꾸는 주인공 경하는 ‘작별’과 ‘계속’을 번갈아 고민하고 있으며, 엄마를 이해하지 못하고 떠났지만, 이제 그런 엄마의 집착과도 같은 절망을 이해하는 인선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불투명한 개연성으로 소설적 요소가 크게 작용하였습니다.
이로써, 작가가 이야기 하고 싶었던, 사랑, 개인적인 그리움과 인류의 보편적 사랑은 무엇이고, 무엇이어야 할지에 대해서 우리의 역사와 삶 속에서 반추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2016년에 출간된 최은영의 『쇼코의 미소』는 해를 거듭해도 판매량이 떨어지지 않고 다양한 세대가 읽고 있다고 합니다. 독자들이 이 책을 읽는 이유는, 섬세한 자아가 누군가와 소통하며 느끼는 복잡하고 다양한 감정들을 아름다운 문장으로 그려냈기 때문이라고 평가받는데요.
아름다움이 아닌 잔인함으로 강렬하게 울림을 주는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통해 4.3사건의 아픔과 더불어, 그 사건과 유족들의 아픔에 대해 잊지 않아야 하는 것 말고, 또 무엇을 느껴야 할지에 대한 의문을 남기고 소개를 마칩니다.
독서토론 멤버도 중요하긴 하지만,
내 생각과 감상을 어떻게 조리있게 말하느냐는 반드시 연습해야 하는 역량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음에 찝찝함이 없는 그날까지, 발제문을 작성해 봐야겠습니다.
항상 고민하게 하는 생각하기, 표현하기입니다.
오늘도 좋은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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