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사업하는 철학자입니다.
오늘은 공연화되고 영화화되는 중국의 유명 소설이자 희극, 조씨고아(赵氏孤儿)에 대해 알아볼게요.
시기, 작가, 그리고 장르
원(元) 세종(世宗) 때, 잡극 작가 기군상(紀君祥)
원(元) 나라는중국 희곡사의 황금시대라고 불립니다. 잡극은 그때 가장 큰 발전을 이룬 양식으로서
음악, 가무, 연기, 대사가 적절하게 어우러지며, 간결한 형식이 특징입니다.
원나라는 몽골족이 중국을 장악해 건설한 나라입니다.
원 왕조는 대다수 중국인을 구성했던 한족(漢族)을 저열한 민족으로 취급했지만, 그 역사와 문화유산을 파괴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당~송 시대까지 이어져 오던 과거제도가 시행되지 않았습니다.
한족 선비들은 벼슬에 오르지 못하고 소외된 지식인 신세로 전락했습니다.
이들은 생계를 유지하고 울분을 풀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고, 당시 억눌렸던 한족의 감정이 소설이나 잡극 같은 시민계급의 오락물 창작로 드러냈다고 평가됩니다.
역설적이게도 문인들이 대거 민중 문학계로 흡수되는 상황 속에서 작품의 전반적인 수준이 크게 향상됐습니다.
조씨고아는 정식 소설 명칭이 <원복원조씨고아(寃復寃趙氏孤兒)>이고, <조씨고아대복수(趙氏孤兒大復讎)>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먼저, 송원(宋元) 시기의 희문(戱文, 원 잡극 이전 희곡문학 장르) <조씨고아복원기(趙氏孤兒復寃記)>로 개편되었고,
다시 원 잡극 <조씨고아>, 명(明) 전기(傳奇) 극본 <팔의기(八義記)> 그리고 경극(京劇) <수고구고(搜孤救孤)>와 또 다른 경극 <조씨고아>로 발전했습니다.
내용
조씨고아는 복수극입니다.
4대 비극 중, 관한경(關漢卿)의 잡극(雜劇) 두아원과 함께 복수를 주제로 합니다.
원나라 폭정에 반대하고 쫓겨난 한족 왕조를 위해 복수하자는 사상을 담고 있습니다.
사마천의 《사기》에 쓰인 <조세가(趙世家)>에 따르면, 경공(景公) 3년(BC 597)에 조씨 가문이 멸족되는 재앙을 맞이합니다.
조삭(趙朔)의 아들 조무(趙武)가 공손저구(公孫杵臼), 정영(程嬰), 한궐(韓厥) 등의 보호 아래 목숨을 부지하고 가문을 다시 세웁니다. 이 역사적 사건에 허구가 덧붙어 재탄생된 것이 바로 <조씨고아>입니다.
작중 시대 배경은 춘추(春秋) 시대 진(晉) 나라 경공(景公) 3년부터 17년(기원전 597년~기원전 583년)까지입니다. 세력다툼에서 밀려 반역자로 몰린 조순 가문의 몰락과 비극, 후손의 복수를 그린 대서사시입니다.
줄거리
주인공 조무(趙武)의 집안인 조씨는 그 증조부 조최(趙衰)가 19년 동안 춘추오패인 진문공(晉文公)의 방랑생활을 보필한 공 덕택에 진나라에서도 손꼽히는 권세가로써 기틀을 다졌다.
그의 아들 조돈(趙盾)의 시기에는 명실상부한 진나라 최고 실세로 자리 잡게 되었다.
춘추 시기 진나라, 양공(襄公)이 죽은 뒤 왕위에 오른 영공(靈公)은 조돈의 아들 조순(趙循)의 간언을 물리치고 방탕한 생활에 빠진다.
간언을 듣지 않자 조순은 떠나갔고, 그의 형제(아우 또는 조카) 조천(趙穿)이 영공을 죽이고 성공(成公)을 왕으로 추대한다.
그리고 조순의 아들 조삭(趙朔)은 성공의 누이 장희(莊姬) 공주와 혼례를 치른다.
이 일로 대장군 도안고(屠岸賈)는 조순 가문에 원한을 갖게 된다.
성공이 죽은 뒤, 경공이 왕위에 오르자 도안고는 조순이 영공 시해의 주범이라며 조순 가문 300여 명을 몰살한다.
그러나 임신 중이던 성공의 누이, 조삭의 아내는 차마 죽이지 못했고, 출산하면 아이를 죽일 생각을 한다.
그러나 조삭 아내는 평소 문객이었던 정영(程嬰)의 도움을 받아, 아들 조무(趙武)를 도안고의 집에서 빼냈다.
이를 알게 된 도안고는 3일 내 조씨고아(孤儿)를 찾아내지 못하면 그와 같은 또래인 모든 아이를 죽이겠다며 전국령을 내린다.
정영에게도 고아 또래의 아들이 하나 있었다.
정영은 공손저구(公孫杵臼)와 의논한 뒤 자기 아들을 고아로 속여 공손 가문에 보낸다.
그러고는 도안고에게 공손 가문에서 고아를 숨기고 있다 신고한다.
결국 정영의 아들은 도안고에게 죽임을 당하고, 정영은 조씨고아를 정발(程勃)이라 부르며 아들처럼 기르게 된다.
목숨을 바친 정영과 공손저구의 도움으로 고아는 목숨을 건졌고, 도안고는 이러한 사실을 모른 체 고아를 수양아들로 삼기까지 한다. 정영의 도움이 없었다면 조씨 가문을 멸족시켜 주군의 원한을 풀지 못했을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20년이 흐른 뒤, 장성한 고아는 정영에게 모든 사실을 듣고 비분강개하여 복수를 다짐한다.
도공(悼公)이 즉위하지만 정권은 도안고가 쥐고 흔든다.
때가 되어 고아는 도안고를 죽이고 가문의 원한을 푼다. 그리고 조무라는 본래 이름도 되찾는다.
특징
- 역사를 모티브로 했다.
《좌전(左傳)》, 《국어(國語)》, 《사기(史記)》 등 역사서에 ‘조씨 고아의 복수 이야기’가 남아 있습니다. - 조씨고아는 중국의 4대 비극 중 하나다.
*중국 4대 비극: 장생전(長生殿), 도화선(桃花扇), 두아원(竇娥寃), 조씨고아(趙氏孤兒)
*중국 4대 소설: 삼국연의, 서유기, 홍루몽, 수호전 - 경극 외에도 조극(潮劇), 진강(秦腔), 예극(豫劇), 월극(越劇) 등 수많은 지방희(地方戱)로 각색되기도 했다.
*지방희란, 중국 각 지방의 사투리와 음악적 특징을 바탕으로 각각 달리 발전한 전통 연희 양식을 가리킵니다.
따라서 이야기는 동일해도 각 지역의 음악적 특성과 방언 때문에 각자 특색이 있습니다.
지금까지도 경극을 비롯하여 지방희로 공연되고 있으며, 소설과 연극 및 영화 그리고 드라마의 소재가 되어 많은 작품으로 끊임없이 재탄생되고 있다. - ‘조씨고아’는 중국에서 수백 년 동안 연극으로 가장 많이 상연된 작품이다.
한국에서도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이라는 제목으로 여러 차례 공연이 될만큼, 국제적으로도 널리 알려졌습니다. - 가장 처음 유럽으로 진출한 중국 희극이다.
‘중국고아’라는 제목으로 이미 1733년 유럽에도 소개되었고, 1735년엔 프랑스어로 번역돼 서구에 알려졌습니다.
1755년에는 볼테르와 머피가 각각 프랑스어와 영어로 극본을 만들어 성공적인 공연을 이끌어냈습니다. 이후 독일, 러시아 등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도 연극으로 공연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6년 극단 미추의 20주년 기념 공연 작품으로 <조씨고아>가 공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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