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문 살펴보기 (상) 1-320

안녕하세요. 사업하는 철학자입니다.

 

한문의 기초라고 할 수 있는 천자문 살펴볼게요.

 

'천지현황(天地玄黃)'으로 시작해서 '언재호야(焉哉乎也)'의 어조사로 끝나는데,

자연 현상부터 인륜 도덕에 이르는 넓은 범위의 글귀를 수록하여 한문의 입문서로 널리 쓰여왔습니다.

 

 

천자문과 그 판본

 

천자문(千字文)은 모두 다른 한자 1000자로 1구 4자의 사언 고시 250 구로 되어 있습니다. 

 

천자문의 기원에 대해서는 동진 왕희지, 위나라 종요가 지었다는 설이 있는데요.

 

중국 남조 양(梁)(502~549)의 문인 주흥사(周興嗣, 470?~521)가

6세기 초반인 502~521년 사이에 양 무제의 명을 받아 지은 책입니다.

 

전설에 따르면, 주흥사가 하룻밤 사이에 만들어야 했으나 마지막 4자를 짓지 못하여 고심하고 있자,

홀연히 귀신이 나타나서 어조사 '언재호야'의 마무리를 알려주었다고 합니다.

 

완성한 후에 보니 머리털이 하얗게 세었다고 하여, "백수문(白首文)"이라는 별명이 붙었습니다.

 

 

당나라(618~907)부터 빠르게 보급되어 여러 판본이 만들어졌습니다.

가장 유명한 것은 왕희지의 7대손 왕지영이 진서와 초서의 두 서체로 만든 《진초천자본(眞草千字本)》으로

1109년에 새긴 석각이 남아 있으며 

둔황에서 발견된 문서에 그 필사본이 많다고 합니다. 

 

송나라(960-1279)부터는 완전히 정착되어 《속(續)천자문》을 만들기도 하고

《서고천자문(敍古千字文)》과 같이 전혀 다른 글자를 이용한 새로운 천자문이 생기기도 했으며,

일자오결(一字五結)과 같이 천자문의 순서를 이용해 문서 번호를 붙이는 풍습도 생겼습니다.

 

*일자오결: 논밭 다섯 결마다 천자문의 글자를 하나씩 붙이던 풍습

 

天地玄黃(천지현황) 宇宙洪荒(우주홍황)

하늘은 검고 땅은 누르며, 우주는 넓고도 크다.

 

日月盈昃(일월영측) 辰宿列張(진수열장)

해와 달이 차고 기울며, 별은 자리를 잡아 늘어서 있다.

 

寒來暑往(한래서왕) 秋收冬藏(추수동장)

추위가 오고 더위가 가니, 가을엔 거두고 겨울엔 갈무리하여 둔다.

 

閏餘成歲(윤여성세) 律呂調陽(율려조양)

윤달을 더하여 한해를 이루고, 가락을 맞추어 양기를 돋운다.

 

雲騰致雨(운등치우) 露結爲霜(노결위상)

구름은 올라가 비가 되고, 이슬은 얼어 서리가 된다.

 

 

 

金生麗水(금생여수) 玉出崑岡(옥출곤강)

금은 여수에서 나고, 옥은 곤강에서 난다.

 

劍號巨闕(검호거궐) 珠稱夜光(주칭야광)

검은 일컬어 거궐이요, 구슬은 일컬어 야광이라.

 

果珍李柰(과진이내) 菜重芥薑(채중개강)

과일 가운데 진미는 오얏과 능금이요, 채소 가운데 중요한 것은 겨자와 생강이라.

 

海鹹河淡(해함하담) 鱗潛羽翔(인잠우상)

바다는 짜고 강물은 싱거우며, 비늘 달린 물고기는 물에 잠기고 깃 달린 새는 높이 난다.

 

龍師火帝(용사화제) 鳥官人皇(조관인황)

용사(복희씨)와 화제(신농씨), 새 이름을 관직으로 한 소호와 인황(황제헌원)

 

*용사: 복희는 뱀의 몸에 사람의 얼굴을 하였다고 하며, 용사는 복희의 별칭이다.

*화제: 화제 또는 염제(炎帝)는 신농씨의 별칭이다.

*소호: 소호는 새 이름을 관직명으로 삼았다고 한다.

*황제: 황제는 《황제내경》과 같은 의술서의 저자로 알려져 있어 인황이란 별칭이 붙었다.

 

 

始制文字(시제문자) 乃服衣裳(내복의상)

문자를 처음 짓고, 옷을 지어 입혔다.

 

推位讓國(추위양국) 有虞陶唐(유우도당)

자리를 미루며 나라를 물려주니, 순임금 유우와 우임금 도당이다.

 

弔民伐罪(조민벌죄) 周發殷湯(주발은탕)

백성을 돕고 죄를 벌하니, 주나라 무왕과 은나라 탕왕이다.

 

坐朝問道(좌조문도) 垂拱平章(수공평장)

조정에 앉아 도를 묻기에, 두 손으로 문장을 올린다.

 

愛育黎首(애육여수) 臣伏戎羌(신복융강)

백성을 아끼고, 오랑캐가 신하로 복종하게 하소서.

 

*여수: 여수(黎首)는 검은 머리, 즉 관직이 없는 백성을 말한다.

 

 

 

遐邇壹體(하이일체) 率賓歸王(솔빈귀왕)

멀고 가까운 곳이 하나가 되어, 임금께 이끌려 따른다.

 

鳴鳳在樹(명봉재수) 白駒食場(백구식장)

우는 봉황새가 나무에 있고, 흰 망아지 풀을 뜯는다.

 

* 성군이 나면 봉황이 찾아와 울고, 흰 망아지가 나타난다는 전설에 빗대어 태평성대를 말합니다.

 

化被草木(화피초목) 賴及萬方(뇌급만방)

덕화가 초목까지 미치고, 만방에 퍼진다.

 

蓋此身髮(개차신발) 四大五常(사대오상)

몸에 털이 덮인 것과 같이 4대 5상을 지키고

 

*4대는 하늘, 땅, 도(道), 임금

*5상은 인(仁), 의(義), 예(禮), 지(智), 신(信)

 

恭惟鞠養(공유국양) 豈敢毁傷(기감훼상)

길러준 은혜를 공경하여, 감히 상처를 내지 말아야 한다.

 

 

 

 

女慕貞烈(여모정렬) 男效才良(남효재량)

여자는 정조를 따르고, 남자는 재량을 본받는다

 

知過必改(지과필개) 得能莫忘(득능막망)

잘못이 있으면 반드시 고치고, 배운 것은 잊지 말아야 한다.

 

罔談彼短(망담피단) 靡恃己長(미시기장)

다른 이의 단점을 입에 담지 말고, 자신의 장점을 너무 믿지 않는다.

 

信使可覆(신사가복) 器欲難量(기욕난량)

믿었던 장점은 뒤집힐 수 있고, 다른 사람의 기량은 헤아리기 어렵다.

 

墨悲絲染(묵비사염) 詩讚羔羊(시찬고양)

묵자는 실이 물드는 것을 탄식하였고, 시경은 고양을 찬송하였다.

 

 

 

景行維賢(경행유현) 克念作聖(극념작성)

바르고 어진 것을 보고 행하여 지극히 생각하면 성인이 되고

 

德建名立(덕건명립) 形端表正(형단표정)

덕을 쌓아 이름을 세우면, 바른 모양이 겉으로 드러난다.

 

空谷傳聲(공곡전성) 虛堂習聽(허당습청)

빈 골짜기에 소리가 전파되고, 빈집에서 거듭해서 듣는다.

 

禍因惡積(화인악적) 福緣善慶(복연선경)

화는 악행을 쌓은 것이 원인이고, 복은 선행의 결과이다.

 

尺璧非寶(척벽비보) 寸陰是競(촌음시경)

커다란 옥 구슬이 보배가 아니니, 작은 시간을 다투어 (아껴 써)야 한다.

 

 

資父事君(자부사군) 曰嚴與敬(왈엄여경)

부모를 모시고 임금을 섬기는 것은, 엄정하면서도 정성스러워야 한다.

 

孝當竭力(효당갈력) 忠則盡命(충즉진명)

효도는 마땅히 온 힘을 다해야 하고, 충성은 목숨도 바쳐야 하는 것이다.

 

臨深履薄(임심리박) 夙興溫凊(숙흥온정)

깊은 곳을 만나도 살얼음 지나듯 (조심)하고, 일찍 일어나 덥고 차가운지 살핀다. (이것이 효도하는 마음가짐이다)

 

似蘭斯馨(사란사형) 如松之盛(여송지성)

난초와 같이 향기롭고, 소나무처럼 굳세다. (이것이 충성하는 마음가짐이다.)

 

川流不息(천류불식) 淵澄取映(연징취영)

냇물을 쉬지 않고 흐르고, 연못은 맑아 그림자 비추듯 한다.

 

 

容止若思(용지약사) 言辭安定(언사안정)

얼굴은 생각과 같게 하고, 말은 안정되게 한다.

 

篤初誠美(독초성미) 愼終宜令(신종의령)

일을 시작할 때에 정성을 다하고, 마무리 지을 때에도 신중히 한다.

 

榮業所基(영업소기) 籍甚無竟(적심무경)

이를 바탕으로 이루는 업적은, 명성을 드날림이 끝이 없다.

 

學優登仕(학우등사) 攝職從政(섭직종정)

학문이 뛰어나 벼슬에 올라, 직무를 맡고 정사를 돌본다.

 

存以甘棠(존이감당) 去而益詠(거이익영)

벼슬을 맡아 팥배나무 (밑에서 정사를 본 소공과 같이 청렴)하면, 물러날 때 칭송을 듣는다.

 

*감당: 감당(甘棠)은 팥배나무입니다.

주나라 소공은 팥배나무 아래에서 정사를 보고 공명 정대하며 청렴하였다고 합니다.

소공이 죽자 백성들이 그를 그리워하며 감당시(시경 국풍편 감당)를 읊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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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천지현황부터 거이익영까지 살펴봤습니다.